2024년 초, 문득 핸드폰 화면을 보다가 스스로 놀랐습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 7시간. 그중 SNS 사용이 무려 4시간 이상.
아침에 눈뜨자마자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고, 틈날 때마다 유튜브 쇼츠를 보며, 자기 전에는 틱톡 알고리즘 속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점점 집중력이 낮아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심지어는 누군가의 게시글을 보며 비교와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 삶은 왜 이렇게 재미없지?’, ‘나는 왜 이만큼밖에 못했을까?’
SNS 속 타인의 ‘하이라이트’가 나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었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1년 동안 SNS를 완전히 끊고 살아보자.”
단순한 휴식이 아닌, 삶의 리듬을 다시 찾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디지털 디톡스 시작 – 처음 3개월의 변화
SNS 앱을 삭제한 첫날, 막연한 해방감과 동시에 극심한 공허감이 몰려왔습니다.
어느 순간 습관처럼 휴대폰을 켜고, 손가락이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찾고 있더군요.
SNS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정신적 중독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첫 한 달: 불안과 갈증
처음 1~2주는 불안감이 심했습니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친구들 근황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
이런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 불안)가 자주 찾아왔고,
심지어 손이 허전하고, 마음이 허탈한 이상한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2~3개월 차: 집중력과 수면의 변화
놀랍게도 한 달을 지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수면의 질 향상: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지 않자 자연스럽게 수면 시간과 질이 좋아졌습니다.
집중력 향상: 작은 일에도 몰입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독서나 글쓰기 같은 활동에 빠르게 빠져들 수 있게 됐습니다.
감정 기복 감소: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자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고, 불안감도 줄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SNS가 없어도 내 삶은 잘 돌아간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디지털 디톡스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삶의 리셋 버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효과들 –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
1년 동안 SNS 없이 지내면서, 생각보다 잃은 것은 적고 얻은 것은 많았습니다.
얻은 것 1: 시간
단순 계산으로 하루 3시간 SNS를 줄이면,
1년이면 약 1,095시간, 즉 45일 분량의 시간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그 시간으로 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해냈습니다.
책 50권 읽기
글쓰기 루틴 정착 (에세이 연재 시작)
필라테스와 명상, 취미 클래스 참여
이전엔 시간이 없어서 못 했던 일들이, 알고 보니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얻은 것 2: 관계
SNS를 안 하니 오히려 진짜 친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늘었습니다.
단톡방보다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는 빈도가 높아졌고,
‘좋아요’ 대신 ‘안부 전화’가 진짜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줬습니다.
얻은 것 3: 자존감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되면서
‘내 속도’에 만족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SNS에서 누가 뭘 사든, 어디로 가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그건 그냥 ‘그 사람의 삶’일 뿐, 나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죠.
다시 SNS로 돌아갈 것인가?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SNS를 시작할 건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예, 하지만 전과는 다를 것입니다.”
이제 저는 SNS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로 여깁니다.
단순히 심심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찾을 때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작업물을 공유할 때 특정 커뮤니티에 소통을 원할 때 ‘목적이 분명할 때’만 사용합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여전히 SNS 로그아웃 상태로 지냅니다.
하루 10분 정도만 확인하는 제한된 사용 습관을 유지하고 있고, 중독되지 않기 위해 앱 알림은 전부 꺼두고, 앱 사용 시간 제한 기능도 설정해뒀습니다.
SNS는 분명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가 삶을 지배할 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나 자신과의 연결’,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몰입’, ‘진짜 인간관계의 소중함’ 말이죠.
1년간 SNS 없이 살아보니,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란 걸 알게 됐습니다.
혹시 당신도 요즘 SNS에 지쳤다면, 하루, 일주일, 한 달이라도 ‘잠깐의 단절’을 시도해보세요.
그 사이에 발견하게 될 건, 세상보다 더 소중한 ‘자신의 삶’일지도 모릅니다.